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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유신 칼럼] 기아 텔루라이드, 일단 한국 땅부터 밟아라
작성일 : 2019-02-27 조회수 461
 “‘형제의 난’이냐 ‘형제의 우애’냐. 대형 SUV 시장을 놓고 형제끼리 피 튀기는 쟁탈전을 벌이느냐,사이좋게 나눠 먹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기아 텔루라이드 [출처: 기아자동차]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한 지붕 두 가족이다. 규모나 인지도로 따지면 현대차가 형, 기아차가 동생이다. 현대차가 기아차를 인수한 배경으로 따져도 서열이 나뉜다. 사실상 이런 구분은 밖에서 보는 사람들이 주로 한다. 치열한 경쟁 시대에 둘 다 잘 되는 게 중요하지 위아래 구분 지어서 굳이 우열을 나눌 필요는 없다. 형이라고 무조건 잘난 법 없고, 동생이라고 죽어지내야 할 필요 없다. 형이든 아우든 잘하는 쪽이 더 인정받으면 그만이다.


기아는 아직 제대로 된 브랜드 경험 공간이 없다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알게 모르게 현대차가 형 노릇을 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물론 물증은 없고 심증일 뿐이다. 공평하게 보려 해도 이상하게 형 쪽으로 혜택이 기운다. 그중 하나가 모델 전략이다. 한 지붕 두 가족이기 때문에 간섭은 피하는 게 맞다. 둘이 잘 된다는 보장이 없다면 둘 중 하나에 힘을 모아줘야 한다. 그런데 대체로 형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해 아우인 기아차가 양보하는 경우가 더 눈에 들어온다.
 

가장 뜨겁게 달아오른 국내 대형 SUV 시장

현대의 약점이던 대형 SUV 라인업 메우는 ‘팰리세이드’ [출처: 현대자동차]


요즘 국산차 시장에서 가장 뜨겁게 달아오른 분야는 대형 SUV이다. 틈새인 줄 알았는데 틈새가 아니었다. 도라지인 줄 알았는데 산삼인 격이랄까. 수요층이 작아서 크게 공들이지 않고 명맥만 유지하면 되는 시장이라 여겼는데, 잘만 키우면 급속히 팽창하는 잠재력이 아주 큰 분야였다. 시장의 진가를 발굴해낸 모델은 현대차 팰리세이드다. 호감 가는 스타일에 가성비를 한껏 높여 불티나게 팔린다. 지금 사면 1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말이 돌 정도로 인기다.


신형 렉스턴이 합리적인 가격대로 나오면서 대형 SUV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출처: 쌍용자동차]

팰리세이드가 나오기 전까지는 사골이라 불리던 쌍용차 렉스턴과 기아차 모하비가 노장 투혼을 발휘하며 명맥만 간신히 유지하던 시장이었다. 그나마 쌍용차가 렉스턴 신형을 선보이면서 시장을 키웠지만 주류로 올라서기는 요원했다. 이제는 사정이 다르다. 팰리세이드가 판을 벌였으니 후발 주자들이 판을 키울 차례다. 형님이 발을 들여놨으니 아우가 빠질 수 없다. 기다릴 필요도 없다. 이미 기아차는 텔루라이드라는 신차를 개발하고 양산차를 내놓았다.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 쏘렌토와 함께 생산한다 [출처: 기아자동차]

그런데 텔루라이드는 국내에서 볼 수 없다. 북미 전용 모델로 북미 시장에만 판다. 모처럼 국산 대형차 시장이 활짝 열리려고 하는 판에 신차가 있는데도 살 수 없다니 뭔가 좀 아쉬우면서 억울하다. 사실 기아차는 해외 전용 모델을 예전부터 만들었다. 유럽에만 파는 기아 씨드는 국내 도입 목소리가 크지만 들여오지 않는다. 여러 이유가 있는데 국내 비인기 차종인 해치백이라는 점도 이유중 하나다. 팰리세이드는 다르다. 지금 SUV가 시장의 대세인 데다가 대형 SUV는 급성장하는 중이다. 내놓기만 해도 중박은 가고, 잘 만들면 대박 터트릴 가능성이 크다. 대다수가 원하는 차다. 팰리세이드는 왜 자국 시장이 아닌 먼 타국에서만 활동하려 할까? 설마 형님 가문의 영광을 위해 팰리세이드에 힘을 실어주려고? 둘 다 잘해서 집안이 시장을 평정하면 그게 더 좋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노조 반대 때문에 해외에서 생산한 모델을 국내에 들여오기 어렵다 [출처: 기아자동차]

그렇지만 팰리세이드도 사정은 있을 터. 우선 텔루라이드는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 만든다. 국내에 들어오려면 역수입해야 하기 때문에 국내 생산보다 비효율적이다. 해외 생산 모델을 도입하는 데 노조와 합의도 해야 한다. 국내 생산 물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이유로 노조가 반대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기아차는 해외에서 생산한 모델을 국내에 들여온 적이 없다. 국내에서 만들려면 생산라인을 깔아야 한다. 들어가는 돈만 해도 엄청나고 라인 설치에 따라 부수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도 만만치 않게 발생한다.
 

그럼에도 텔루라이드가 등장해야 할 이유

쉐보레 트래버스도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출처: GM]
팰리세이드도 잘 팔리고 텔루라이드도 대박 나면 좋겠지만 그러기는 쉽지 않다. 간섭으로 인해 팰리세이드가 피를 보거나, 텔루라이드가 팰리세이드의 기세에 눌려 기를 펴지 못하거나 둘 중 하나일 가능성이 크다. 형제간의 대결이면 내부적으로 상생 방법을 찾으면 되겠지만, 시장이 커지면서 경쟁자도 늘어간다. 쉐보레 트래버스까지 가세하면 국내 대형 SUV 시장은 4파전이 벌어진다. 경쟁이 치열해지면 양상이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하기 쉽지 않다.


신차 개발에 맞먹는 비용이 투입된 두 번째 페이스리프트 모하비가 출시를 앞두고 있다 [출처: 기아자동차]
 

즉 텔루라이드에 유리하게만 펼쳐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게다가 국내에서 기아차는 대형 SUV 모하비를 판다. 나온 지 10년 지나 노후화했지만 여전히 수요가 있다. 텔루라이드가 미국 시장을 담당하고 모하비는 국내 시장을 지킨다는 전략이다. 모하비가 세대교체는 아니지만 상당한 변화를 주는 부분변경을 준비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모하비에 힘을 실어주는 데 텔루라이드까지 가세하기에는 중복 투자다.

국내 판매를 목적으로 했다면 애초에 국내에서 만들었어야 했다. 텔루라이드의 국내 판매는 물 건너갔을까? 올가을에 국내 생산으로 나온다는 특종도 뜬 걸 보니 아주 가능성이 없지는 않아 보인다.확정되기 전까지는 국내 판매 여부를 확실히 알 수 없지만, 국내 출시 여부를 떠나 국산 신차는 국내에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텔루라이드가 정말 국내에 들어올까? [출처: 기아자동차]

대형 SUV 시장은 그동안 틈새였다. 살 차종도 적었고 모델 체인지도 아주 늦었다. 팰리세이드 등장으로 시장이 활기를 띠고 선택권도 넓어졌다. 이참에 텔루라이드까지 가세한다면 모처럼만에 상품성 좋은 차들을 여러 종류 선택 리스트에 올려놓고 고를 수 있는 시장이 열린다. 텔루라이드가 팰리세이드와 형제차라고 하지만 성격이나 스타일은 딴판이다. 렉스턴과 트래버스까지 놓고 보면 서로 다른 개성을 드러내는 차들이 대형 SUV 시장을 채운다. 아주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텔루라이드가 출시된다면, 대형 SUV 시장은 더욱 활기를 띨 것이다 [출처: 기아자동차]


국산차는 아직도 차종이 부족하다. 수입차가 차종 부족을 해소하지만, 수요의 상당수는 국산차인 만큼 국산차 차종 확대도 중요하다. 기회가 왔을 때 키워야 한다. 형제의 난을 일으켜 서로 싸우든 우애 돈독하게 둘 다 잘 되든, 결과가 어떻든 간에 일단 국산 신차가 나왔으면 한국 땅부터 밟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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